서울구치소에서의 생활
서울구치소는 상층, 중층, 하층으로 분류되며 각 객실은 숫자로 지정한다. 필자가 처음 들어간 곳은 "3상 1" 즉, 위층의 상층 3실의 1번 방이었다. 각 객실의 1방과 2방, 3방은 독방이다. 교도관(간수)은 "변희재 씨 같은 호불호가 명확한 인물을 만약 잡거 감방에 넣으면 싸움이 나기 때문에 독방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필자가 복도를 왕래하면, “변희재 화이팅!”이라는 말도 들었던 한편, "야이,이 XXX 죽어라!"는 욕설도 들었다. 독방은 주로 정치범이나 흉악범이 수용되어 있다.
필자가 구속된 후 접견하러 온 지인들이 가장 걱정한 것이 식사였다. 그러나 식사는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고 여의도 근처에서 6천 원쯤(엔화 550~600엔) 정식 클래스의 것이 나왔다. 교도관은 “우리는 영양사들이 영양의 균형을 과학적으로 고려하여 요리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 면에서 가정의 식사보다 훨씬 좋다”며 웃었다.
일설로 교도관들이 수감자를 함부로 취급해서, 예를 들어, 허리 나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부러 재우지 않는다는 소리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울구치소의 내규상, 수용자는 일과 시간에 누워서는 안 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허리가 나쁜 수용자는 예외적으로 인정해 준다. 필자도 겨울에 요통으로 아팠을 때, 교도관의 허가 아래 누울 수 있었다.
교도관들은 “번호” 대신 정중하게 “변희재 씨”라고 이름을 부르고, 서로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들은 수용자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훈련된 전문 직원이다. 특히 필자의 경우처럼 독방에 들어온 수용자들에 대해서는 변호사 및 일반 접견 등으로 함께 이동할 때, 더 많은 대화를 하려고 얘기해 주었다. 이렇게 여러 교도관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독방은 키가 큰 필자의 경우 다리를 넣어 한쪽 벽에 대고, 다른 쪽 벽에 허리를 맞추는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좁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요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활동량도 줄 수밖에 없다. 잡거방 수감자가 하루 30분의 운동 시간을 부여하는 한편, 독방 수용자는 한 시간. 하지만 독방 수감자가 운동 할 수 있는 운동장은 길이 수십 미터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걷는 것 이외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넓은 운동장에서 수용자들이 함께 달리면서 대화를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은 잡거방 수용자에 한정된 것이며, 독방 수용자는 그렇지 않다.
서울 구치소에서 최악이었던 것은 겨울이 아닌 여름이었다. 특히 2018년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기온이 35℃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구치소 상층의 온도는 40℃를 넘는다. 선풍기를 24시간 돌려줬는데 “온풍기” 상태였다.
새벽 2시, 3시에 교도관이 호스를 가져와 각 방에 물을 넣어 주지만, 온도가 내려가지 않고 (방바닥 아래 철 파이프의 열 때문에) 더워서 깬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낮에는 누워서 움직이지 않고, 이른바 '시체 놀이'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변희재 대표 구속 당시 보도 (SBS 뉴스)
"문재인의 정치범 수용소"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필자는 "11상 1"에 옮겨졌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李憲守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2번 방에 들어왔다. 이 전 실장은 필자가 석방될 때까지 약 1년을 함께 운동했고, 간단하게나마 대화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문 후보에게 우호적인 대량의 댓글을 조작하는 등 대규모 여론 유도나 인상조작을 벌인 필명 "드루킹"(본명 김동원)도 옆방에 들어왔고, 운동을 함께 했다.
드루킹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대가로 문재인의 최측근인 金慶洙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에 일본 오사카 총영사의 지위를 요구했다. 김 지사는 청와대와의 협상 끝에 이를 거부, 그래서 드루킹은 댓글 조작을 폭로하려고 나섰다. 그러나 보복 또는 입막음으로 드루킹이 구속되었다.
필자가 수감되었던 당시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李丙琪 【이병기】 청와대 전 비서실장, 南在俊 【남재준】, 李炳浩【이병호】 전 국정원장, 崔炅煥【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玄伎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 수석 등 약 육십 여명의 박근혜,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그들의 죄상은 모두 "직권 남용" 혹은 "직무 태만"이었다. 범죄와 뇌물을 받는 등으로 수감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필자와 처음으로 서울 구치소에서 만난 드루킹은 "명예훼손까지 잡아 넣는구나. 당신 같은 사람까지 들어오면 독방이 아무리 있어도 충분하지 않다"고 농담으로 인사했다. 태극기로 문재인 타도를 외치는 애국 자유 보수 우파 운동가들은 서울 구치소를 북한의 요덕(耀德)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북한의 수용소 이름 중에서 한국에 가장 잘 알려져 있다)에 빗대어 "문재인의 요덕 수용소"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