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정치적 보복
문재인의 정치적 보복은 이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사법부에도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은 우선 대법원장으로 친 좌익 노선의 “우리법 연구회” 회장 金命洙 [김명수]를 임명하고 그를 지원하는 대법관도 좌익 성향 인사들로 차례차례로 다져 갔다. 그들은 전임 梁承泰 [양승태] 대법원장 시대 판결을 차례로 뒤집고, 검찰에 재수사 명령까지 내렸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한일 관계를 파탄시킨 “강제징용” 사건 재판 개입 의혹이다.
이제까지 한국 정부와 사법부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 점령기의 “강제징용” 등 각종 피해자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 일본이 한국에 지원한 무상 3억 불에 모든 관련 보상의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이 시민 사회 수석,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노무현 정권 때 이것은 확인되어, 이후에도, 2005년에 “강제동원피해자 문제는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어 해결된 것으로 보고,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국내 지원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자 72,631명에게 위로금·지원금 6,184 억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징용공"이 개별적으로 일본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이 잇따랐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와 대법원이 “이 문제는 한일 관계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여러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를 문재인 정권은 “대법원이 박근혜 정권의 의향에 따라 소송 진행을 늦추었다, 박 정권이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강하다”고 판단, 양승태 대법원장(일본으로 치면 최고재판소 장관)과 林鍾憲 [임종헌] 대법원 행정처장(일본으로 치면 최고재판소 사무총장)까지 구속, 서울 구치소에 수감했다.
['사법농단' 혐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첫 공판 출석] 구속 후에 처음으로 재판을 받으러 가는 장면 (KBS 뉴스)
옥중에서 ‘종북’ 문제 승소
서울 구치소에서 교도관들이 가장 긴장한 순간이 이 두 사람이 구속된 때였다. 지금까지 법원의 최고층이 구속된 전례는 없었기 때문에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면, 큰일이라고 교도관들은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임종헌 전 행정처장이 구속된 다음 날, 필자는 구치소 면회 대기실에서 그를 우연히 보았지만, 놀랍게도 차분한 모습으로 필자에게 인사를 했다. 교도관이 “임종헌 씨는 사전에 수감 훈련을 받은 분 같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그 태도가 마치 6개월 이상 이미 구치소 생활을 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운동장 입구에서 필자와 엇갈린 적이 있다. 필자는 통합 진보당 (한국 최대 좌파 노동자 정당)의 李正姫 [이정희] 대표를 "종북"이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민사 소송에서 1심· 2심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패소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 옥중에서 상고심은 승소했다 (주:피고가 감옥에 있어도 재판은 대리인을 세우면 할 수 있다. 다만 이 승소는 이정희가 참여하고 있던 통합 진보당의 해산 문제 등으로 인해 이정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와 모순되게 이정희 측에 승소 판결을 내면 사법 기관의 신뢰를 손상한다고 판단한 결과의 승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가 강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종북"이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수파가 대량 패소하고 보수 운동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보수파 모두가 양 전 대법원장 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었다.
필자도 당시 운동장으로 안내하는 교도관들에게 "양 대법원장이 들어오면, 신고식 (申告式, 군대식으로 징계를 한다는 농담 표현)을 하므로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과 만나보니 너무 예의바르신 분이어서 “대법원장님, 편안하게 운동하십시오”라고 정중하게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7월에 보석으로 석방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임종헌 전 행정처장은 현재까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것도 매주 두서너 차례 재판을 받는 등, 힘든 일정으로 방어권 (증인 심문권, 변호인 의뢰권, 묵비권 등)이 보장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기소 및 판결을 밀어 붙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전임 박근혜 대통령에 누명을 씌우고 권력을 잡았다. 그 누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필자를 "명예 훼손"으로 구속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권의 정통성은 취약했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에 “강제 징용” 재판에 개입했다는 죄악을 만들어내어 사법부의 장까지도 구속한 것이다. 즉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 낳은 필연적인 사건이 한일 관계 파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