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한국 망명 정부를 만드는 시나리오
중화민국 ‘중국시보(中国时报)’ 10월 10일자 8면 하단에 게재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의 의견광고.
광고 게재일은 중화민국 건국으로 이어진 신해혁명의 발단이 된 우창봉기를 기리는 쌍십절 10월 10일이다. 필자는 이 광고에서 대만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취지를 설명했다.
“저는 2019년 8월 23일 광화문 대만대표부 앞에서 ‘한국과 대만의 국교를 정상화하자’는 선언식을 열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만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대만과 손을 굳건히 잡아야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만과 한국이 반공 자유주의 동맹으로, 홍콩, 필리핀, 태국 등과 함께 아시아 자유주의 네트워크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구상은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과 대만의 장제스 총통의 발상이었다. 이들은 아시아의 ‘NATO’까지 결성하여 군사적 동맹으로 확대시키려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들은 젊은 시절, 국가 독립을 위해 일본과는 늘 싸워왔기 때문에 당시에 공식적으로 일본과 손을 잡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도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반공 네트워크에 일본이 중요한 축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와중에도 국무회의 때 “어차피 소련은 전체주의로서 무너질 것이고,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일본이 다시 부상할 것이다. 그때는 일본을 잘 알고 있는 친일파들이 일본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면서 70여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예견했다.
실제 6.25 전쟁 당시 일본은 한국의 후방 보급기지 역할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거절하기는 했지만, 최악의 경우 일본에 한국 망명 정부를 세운다는 시나리오까지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되기도 했다.
아시아민족반공동맹의 가치가 다시 필요한 시대가 도래
일본 통일일보의 홍형 주간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무역 및 금융전쟁을 ‘6.25 전쟁의 후반전’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실제 6.25 전쟁은 국제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중공의 전쟁이었다. 지금이 6.25 전쟁의 후반전이라면, 당시 공식적 참전은 하지 않았지만, 후방에서 모든 지원을 다했던 대만과 일본이 당연히 한국의 동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홍콩에서의 자유화 운동이 불길처럼 번져간다. 바로 약 70여년 전 장제스 정부, 이승만 정부가 구축한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의 가치가 다시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반공과 자유의 가치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미국과의 동맹도 더 돈독히 할 수 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북한 김정은을 내쫓고 한반도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고, 대만은 독립국의 지위를 더 굳건히 하며, 일본, 홍콩과 함께 아시아 전역에 자유 질서를 확대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치도 사람의 도리부터 다 해야 가능한 일이다. 즉 그간 한국정부가 대만과 일본에 저지른 외교적 무례부터 바로잡아가야 하는 것이다.